"삼성공화국 앞에서 촛불은 타오르지 못했다"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8/02/05 [16:23]

"삼성공화국 앞에서 촛불은 타오르지 못했다"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8/02/05 [16:23]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죄, 횡령죄, 해외재산도피죄, 범죄수익은닉죄, 그리고 국회 위증죄 등 5개 혐의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내리고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 13(부장판사 정형식)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에서 징역 2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번 사건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 판단했지만, 당심에선 달리 판단한다면서 특검 공소사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나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뇌물 공여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나 특혜를 요구했거나 실제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가 도와줄 게 있으면 말하라고 한 것만 있을 뿐, 이 부회장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뇌물을 공여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이른바 요구형 뇌물"이라며 "이번 사건의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에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타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의 경영진을 겁박했고, 최씨는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다이 부회장 등은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한 채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C)김상문 기자

 

집행유예 판결 직후 재판부의 판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한 번 확인된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기를 온 국민은 기대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인해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가 아직도 대한민국에 살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또 다시 낼 수 밖에 없게된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뇌물죄의 많은 부분이 항소심에서는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인정됐다면서 이는 한마디로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아무 대가 없이 수십억원을 지불했다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재판부 결정에 녹색당은 오늘 법원의 대답은 무죄무죄무죄였다면서 한국의 사법부는 또다시 삼성의 권력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권에 기생했던 재벌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가 적폐를 어느 것 하나 청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오늘 법원의 판결로 삼성의 3대 세습은 계속될 것이다. 삼성의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도 계속될 것이다. 삼성의 무노조 인권탄압도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입장을 내고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 반복되어 온 재벌 봐주기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가 되고 말았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와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는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부정하게 결탁하여 사익을 취하면서 한국사회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면서 또한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정경유착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1심과 다르게 판단할 증거가 없었음에도 특검의 주장을 불인정하며 감형을 결정하였다. 이것은 재판부가 국정농단의 주역인 삼성의 범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참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내고 뇌물로 말은 사줬는데 말 소유권은 삼성에 있는 것이어서 무상사용에 대해서만 뇌물이라고 판결했다. 차떼기로 뇌물을 건네도 그 뇌물은 뇌물을 준 자의 것이기에 뇌물 받은 자가 사용한 것에 대해서만 뇌물로 인정하겠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삼성 장학생 판사의 머리에서 나온 논리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법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총수에 대한 봐주기 판결, 솜방망이 판결이 오랜 사법적폐라고 하지만 오늘 이재용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사법적폐 판결의 화룡정점이며 오늘 판결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로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던 사법부에 대한 남아있던 마지막 기대와 신뢰마저도 허망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개인적인 입장임을 전제로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죄로 처벌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결국 아직도 법원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리가 아직 통하는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판결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판결은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라면서 촛불혁명으로 일어난 정부에서 다시한번 적폐 세력에게 당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공화국에서는 결국 촛불이 타오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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