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치매' 표현 써가며 결백 호소 왜?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청와대 면담)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일 것"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12/27 [14:53]

이재용, '치매' 표현 써가며 결백 호소 왜?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청와대 면담)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일 것"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12/27 [14:53]
▲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C)김상문 기자

"(청와대 면담을)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일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월27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 피고인 신문에서 결백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증언을 단서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 추가 독대 사실을 추궁하자 단독면담을 갖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일 것”이라고 강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2014년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개소식에서의 만남이 첫 단독면담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에 진행된 ‘4차례 독대’는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심증을 강화시킬 수 있는 중요 쟁점으로 꼽혀왔다. 특검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을 구속한 후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2014년 9월15일, 2015년 7월25일, 2016년 2월15일 등 3차례 독대만을 기재했다.


특검팀은 그러다가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추가면담’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을 청와대 안가로 직접 안내했다는 안봉근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나 면담 사실이 있었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 등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날 특검팀이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면담한 사실이 있지 않으냐"고 묻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제가 안가를 가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두 번뿐"이라며 "안가에서 안봉근 전 비서관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 근거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안 전 비서관을 만나 '대통령을 모신 지 오래되셨느냐'고 물었고 안 전 비서관에게서 대통령을 모시게 된 설명을 들었다"며 "만약 그 전 주에 만났다면 주말 인사를 하지, 생뚱맞게 대통령 모신 지 오래됐느냐고 묻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비서관은 이 부회장이 당일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줘서 번호를 저장했다고 증언한 바 있지만 이 부회장은 "번호를 자주 바꿔서 명함에 전화번호를 기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제가 이걸로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제가 그걸 기억 못 하면, 적절한 표현 같진 않지만 제가 치매"라며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부회장도 2014년 하반기 대통령 면담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도 "착각"이라며 "그날 안 전 수석을 뵌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도 2015년 7월 처음 안가를 갔고, 가는 길을 몰라서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2014년 9월 안가에 간 적이 있다면 1년 뒤 다시 안내를 받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12일 삼성 서초사옥의 출차 기록에 비쳐 당일 오후에는 이건희 회장의 병문안을 갔을 것이라고도 추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자신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유고 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할 계획 아니었나”라는 특검팀의 질문에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마지막 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한 것이다.

 

그는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 유고 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묻자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와병 중이신 이건희 회장님께서 마지막으로 삼성그룹 회장님이란 타이틀을 가진 분이 될 거라고 저 혼자 생각했었다"고 대답했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경영권 승계작업’이란 포괄적 현안 해결을 위해 박 전 대통령 쪽에 부정한 청탁을 건넸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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