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아들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재용 항소심 최후진술 전문공개 "법적 책임 모두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받겠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12/28 [10:42]

"이건희 아들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재용 항소심 최후진술 전문공개 "법적 책임 모두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받겠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12/28 [10:42]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2월27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모든 게 제 불찰"이라며 "법적 책임은 모두 제가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의와 관련해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 주장을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12월27일 긴장된 표정으로 서울고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참석했다. (C)김상문 기자

이 부회장은 이날 긴장된 표정으로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참석했다. 그는 특검과 변호인의 공방이 오간 한참 뒤인 오후 6시30분께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제일 빚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로 운을 뗀 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리 종이에 준비해온 최후진술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심 재판 당시 최후진술을 하면서 울먹였으나 이날은 다소 차분해진 모습이었으며, 감정이 격해질 때는 물을 마시며 목소리를 가다듬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다"고 밝힌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 도중 재판부를 응시하며 "억울하다", "잘 살펴봐 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후진술 전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재판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입니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사회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재판장님. 외람되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기업인으로서의 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선대회장이신 이병철 회장님이나 이건희 회장님과 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 있는 일입니다. 제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안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억울합니다. 재판장님께서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선대 못지않은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처럼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입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습니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자신도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습니까?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습니다. 최후진술을 준비하며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며 찬찬히 돌아봤습니다.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엉망으로 꼬였습니다. 실망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 어떻게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간 풀리기나 할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재판장님.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란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저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작됐습니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습니다.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습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헝클어진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회사 일을 하셨을 뿐입니다. 준엄한 재판을 받는 제가 감히 부탁드려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묶인 두 분, 특히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께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만약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두 분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업어 주십시오. 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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