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7년 삼성맨이 말하는 삼성 메모리 사업부 이야기
스피드·위기의식·1등 DNA 있었으매…20년째 ‘메모리 왕좌’ 고수
기사입력: 2017/12/22 [11:29]  최종편집: ⓒ lovesamsung
김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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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강자 자리잡은 요인은 디테일,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분야별 신공정 개발 담당자들 매일 밤 11시에 ‘일레븐 미팅’

▲ 삼성전자는 2017년 7월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이 2017년 3분기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반도체로만 9조9600억 원을 벌어들이며 영업이익률 50%를 넘어서는 ‘꿈의 기록’도 달성했다. 24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며 왕좌를 지키던 인텔을 꺾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가 세계 1위로 올라선 비결은 대체 뭘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근간이 되는 메모리 사업부에서 27년간 몸을 담았던 ‘삼성맨’ 이재현씨는 지난 11월 발간한 <삼성 이래서 강하다>(바른북스)를 통해 삼성이 글로벌 기업의 강자로 자리를 잡게 된 요인을 스피드, 위기의식, 디테일, 팔로우 업, 리더십, 1등 DNA, 커뮤니케이션 등 7가지로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나는 1989년 삼성전자 반도체에 입사하여 2017년 회사를 나왔다. 만 27년 동안 메모리 사업부에서 근무한 덕분에 삼성의 메모리 사업이 20년 이상 세계 1위로서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질문을 국내는 물론 해외의 지인들로부터도 자주 받았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MBA 과정을 수료한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메모리 사업부에서 마케팅, 상품기획 업무를 경험하고 개발관리 그룹장, 기술기획그룹장을 역임한 이재현씨의 말이다.


메모리 사업부 1등 비결은?
사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각자의 기업 경영에 대대 6시그마, JIT, 아메바 경영 등으로 자신들의 독특한 경영기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자신들의 경영철학과 성과를 이야기하면서 매출이라는 실적 외에도 독특한 경영 방식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그중에서도 20년 이상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메모리 사업부는 뛰어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 배경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지역 전문가로 활약하고 삼성전자 주재원도 지낸 ‘27년 삼성맨’ 이재현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1등 비결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으면서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었다”면서 자신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삼성 반도체가 강해진 비결을 정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에 다닐 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한 것도 삼성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살아보니 ‘아, 이래서 삼성이 강하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어떤 상황인지 그 환경에서 벗어나 객관화하고 더욱 큰 틀에서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삼성의 울타리를 벗어나니 삼성의 강점이 더욱 돋보이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이씨는 삼성그룹 전체를 대변해 경쟁력을 분석하기보다는 “반도체 사업부가 세계 1위를 쟁취하게 된 요인과 그 자리를 굳건히 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과 자세로 업무에 임했는지 내부인의 시선으로 정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리하여 현장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메모리 사업부가 오늘이 있기까지 강점을 스피드, 위기의식, 디테일, 팔로우 업, 리더십, 1등 DNA, 커뮤니케이션 등 7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남보다 한발 앞서 스피드 집중
이씨는 먼저 기업 경쟁의 기본이 되는 스피드에 주목하면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단순한 목표로 집중했다”고 분석한다.

“메모리 제품 경쟁력은 무엇인가? 품질, 납기, 가격 모두가 중요한 경쟁 요소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메모리 제품 경쟁력의 핵심은 남보다 한발 앞선 선행개발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개발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메모리 제품의 대표주자인 D램이 그랬고, 새로운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그렇다. 반도체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역사를 봐도 그렇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를 생각해도 그렇다. 매우 단순한 명제인 ‘먼저 개발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반도체 산업 환경에서 핵심적인 경쟁력 요인이다.”

실제로 메모리 산업에서 이야기하는 선행개발은 단순히 경쟁업체보다 앞서 개발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까지 존재하던 제품보다 성능이 좋아지거나,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용량을 집적하여, 점차 가격 인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메모리 업체가 경쟁 업체보다 먼저 개발한 제품을 더 빨리 고객의 시스템에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고객의 일정에서도 매우 반기는 활동이다. 먼저 개발된 메모리 제품을 고객이 개발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한발 앞서 적용함으로써 고객의 시스템도 더 나은 성능, 더 많은 저장 용량, 더 저렴한 가격 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스템 업체가 마케팅 측면에서 최종 소비자인 그들의 고객에게 ‘세계 최초 개발’의 발표는 시장의 선점과 함께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한 메모리 제품은 새로 개발되는 고객의 시스템에 적용되면서 조합을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시스템에서 성능을 최대한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사전에 파악하여 제기한다. 이를 통해 사용하는 부품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게 되고, 이것이 시장을 주도하는 모델이 되면 후발주자는 이 시스템을 참조하여 개발한다. 따라서 선행개발은 시장선점뿐만 아니라 응용에서도 기술 주도권을 갖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메모리 제품의 선행개발은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므로 모든 메모리 개발 업체들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세계 최초 개발을 위해 사운을 걸고 경쟁한다.”

물론 다른 업체들도 그 기업이 가진 모든 개발 자원을 집중하여 메모리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있길래 삼성의 메모리 제품은 다른 회사보다 한발 앞서 개발할 수 있게 되었을까?

“선행개발은 단순한 목표이지만 실현은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메모리 사업부는 이런 선행제품 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세화를 통한 공정 개발의 경우 TFT(Task Force Team)에 해당하는 PM(Prolect Management) 조직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그 진척상황을 사업부장 주도하에 점검한다. 개발이 완성되기 1년 전부터는 매주 개발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하면서, 개발 단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양산에 돌입 해서 발생할 문제도 사전에 발굴하여 개선한다.”

각 부서에서는 이를 위해 담당업무를 분담하고 개발 과정과 결과를 공유한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제 수행을 위한 TFT 형태의 조직이 구성되는 것은 차이가 없으나, 그 실행방법온 과제를 책임진 임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내가 삼성전자에 입사할 당시에는 ‘일레븐 미팅’이라는 것이 있었다. 분야별 신공정 개발 담당자가 매일 밤 11시에 모여서 개발에 대한 진척상황을 공유하는 회의를 열었다. 그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개발  당시의 상황에 맞춰 선행과제에 참여한 각 부서의 담당인력이 밤낮 없이 과제를 진행했다. 목표를 단순하게 정의하여 조직의 최고 리더부터 관련 담당자까지 전원이 참여하여 집중하는 것이 다른 회사에 앞서 많은 선행개발을 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듯하다.”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약속·실천하는 커뮤니케이션 중시
프로의식 갖고 자발적 업무 수행하는 '1등 DNA'도 성공동력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생산하는 4세대(64단) 3D V낸드 칩과 이를 기반으로 한 메모리 제품.    


3년, 5년, 10년 예측과 대비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 당장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3년, 5년, 10년 후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를 할까?

이재현씨는 “스피드의 시작은 철저한 계획에서 출발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은 기업의 입장에서 쉽지 많은 과제이지만 많은 기업이 그들의 분야에서 중장기 전망을 하고 목표를 세워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내에서는 중장기 계획과 연간 경영계획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부른다고. 부서와 부서, 사업부 경영진과 임직원, 더 나아가 사업부와 본사, 본사와 주주 그리고 고객에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여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서로 약속하고 실천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은 부서장과 경영진이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평소 업무를 하면서 생각한 문제의식이 살아나고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통찰력이 발휘되며, 이 아이디어들을 연결하여 구체화한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삼성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연간계획도 중장기 계획에 맞춰 수립한다. 중장기 계획은 연간계획과 함께 시장이나 주변환경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수정한다. 현재의 실적 달성에만 치중하여 기업의 리소스를 배분하고 운영한다면 당장은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 개발기간이 길고 다양한 제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제품 생산을 위한 인프라 확보와 설비 구축 기간이 긴 메모리 산업에서 중장기에 대한 준비 소홀은 곧바로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

 

깨어 있는 조직과 강한 디테일
이재현씨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강점으로 항상 깨어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한 위기의식, 무슨 일이든 디테일하게 처리하는 업무 방식도 꼽는다.

사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언론을 통해 외부에 보도되는 내용 대부분은 세계 1위, 사상 최고의 이익 등 경쟁사보다 뛰어난 매출 실적과 기술능력 등이다.

물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언제나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위기를 거치고 돌파구를 찾으면서 내공이 더욱 탄탄해지고 오늘날 한국을 넘어서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반도체 일등기업이 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이재현씨는 “외부에서 바라볼 때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책임지는 메모리 사업부는 큰 위기가 없었던 사업부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하지만 메모리 업계 세계 1위를 20년 이상 유지하면서도 자리를 위협받는 위기는 수없이 많았다”고 귀띔한다. 그러면서 오랜 1위 인텔과의 치열한 신경전을 다음과 같이 길게 소개한다.

“지금은 메모리 제품을 응용하는 시스템이 다양하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PC가 메인 응용 시스템이었고 이와 연계한 서버, 워크스테이션, 노 트북PC 등의 응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까닭에 PC의 핵심 기술인 CPU 를 개발하는 인텔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업계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특히 CPU 구동을 지원하는 칩 세트(Chip Set)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차세대 CPU를 지원하는가에 따라 메모리 제품의 개발목표와 성능이 정해지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메모리 제품 표준화를 정하는 단체인 제덱(JEDEC)에서는 D램에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하고자 그 당시 주로 사용하던 싱크로너스(SynchroNOUS) D램의 차기 버전으로 DDR SD램의 표준화 논의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인텔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더욱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표준화를 추진 중인 제품을 외면한 채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램버스에서 개발한 램버스 D램을 차기 CPU의 메인 메모리로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램버스 의 주식을 일부 취득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때까지 삼성을 비롯한 메모리 업계에서는 램버스 D램의 우수한 성능 을 인정하면서도 높은 로열티와 특정 업체의 기술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램버스 D램은 그래픽 기능을 구현하는 용도 정도로 일부 업체에서만 사용하고 있어 시장점유율도 극히 미미했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당시 세계 1위였던 삼성의 주도로 DDR SD램을 차세대 메인 메모리로 삼는 표준화를 적극 추진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램버스 D램을 차세대 메인 메모리로 삼겠다는 인텔의 발표는 당시의 메모리 시장 헤게모니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더구나 1990년대 들어 메모리 시장의 선두 자리를 삼성에 완전히 빼앗긴 일본 업체는 램버스 D램의 응용과 제품 개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 었던 상황이어서 인텔의 발표를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삼성에 대한 열세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로 여겨 인텔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램버스 D램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에서는 램버스 D램을 메인 메모리로 채택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램버스 D램 공급업체 중 3개 업체의 제품만 평가를 하여 인텔의 CPU에서 제대로 동작하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주겠다고 밝혔다. 당시 PC를 비롯하여 수많은 메모리 제품 응용 기기들이 인텔의 CPU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인텔의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시스템을 구성할 때 인텔의 CPU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했다.”

이 스토리는 얼핏 봤을 때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눈부신 실적을 경신하는 최고의 기업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모진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일화다.

이재현씨는 메모리 사업부의 또다른 강점으로 한 번 논의된 업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실행하고 확인하는 팔로우 업이 수반되어야 하는 점과, 이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꼽고 있다.

아울러, “조직구성원이 각자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스스로가 프로라는 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1등의 DNA를 만들어 나간 것이 오늘날의 메모리 사업부를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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