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망 어떻기에 삼성전자와 주식시장 발칵?

모건스탠리 반도체 시장 경고 보고서에 잘나가던 삼성전자 급브레이크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12/01 [13:48]

반도체 전망 어떻기에 삼성전자와 주식시장 발칵?

모건스탠리 반도체 시장 경고 보고서에 잘나가던 삼성전자 급브레이크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12/01 [13:48]

중국의 가공스런 반도체 투자로 2019년 공급과잉 위기 직면
‘모건스탠리 쇼크’에 외국인 화들짝…삼성전자 주가 곤두박질

▲ 한때 300만 원대를 넘보던 대한민국 증권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갑자기 맥을 못 추고 폭락한 이유는 뭘까? 사진은 서초삼성사옥에 내걸린 삼 성전자 엠블럼 깃발.    ©사진출처=삼성전자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한때 287만 원까지 치솟으며 300만 원대 고지를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127일에는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급락했다. 대한민국 증권시장의 대장주로 통하는 삼성전자가 갑자기 맥을 못 추게 된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리포트를 내놓은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호황이 멀지않아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외국인의 팔자 주문이 쏟아지고, 결국 삼성전자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던 주력산업들이 잇따라 경쟁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호황마저 끝날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경제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1월27일 마지막 거래일인 11월24일보다 14만1000원(5.08%)이나 내리면서 260만 원대로 급락했다. 11월 들어 287만 원대까지 치솟으며 300만 원 고지를 눈앞에 뒀다가 갑작스레 큰 폭으로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2016년 9월(-6.9%)과 10월(-8%) ‘갤럭시 노트7’ 발화에 따른 생산정지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출렁인 이후 다시금 커다란 낙폭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發 대쇼크
여기에는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션 김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지난 11월26일(현지 시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2016년 1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120%가량 올랐으나, 메모리반도체의 사이클은 곧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빨라 주가 하락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D램 생산력 확대로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던 글로벌 반도체 업황은 2018년 1분기를 지나면서 공급부족이 사라질 것이며, 다운 사이클로 전환돼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공급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가공스런 반도체 투자로 인해 2019년부터는 공급과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고장을 날린 셈.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등 한국의 모든 산업을 추월한다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에 기초해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춰잡았고, 목표 주가는 29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면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 리스크로 지목했다. 2017년 들어 분기마다 사상 최대를 경신하는 ‘실적 서프라이즈’ 행진도 앞으로는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과 생활가전 사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과거 실적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더 이상 높은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TV 출하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생활가전 영업이익률도 3%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로 인해 다음날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삼성전자 주식은 ‘모건스탠리발(發) 후폭풍에 휩싸여 외국인들의 매물 투척이라는 폭탄을 맞고 휘청거렸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모건스탠리 쇼크’에 놀란 외국인들이 주도했으며 지난 11월27일 5.08%나 급락했다. 이는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을 발표한 지난해 10월11일 8.04%가 떨어진 이래 최고치다. 종전까지 올해 삼성전자의 최대 낙폭은 7월28일 4.1%(10만2000원)였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식을 중심으로 무려 4521억 원어치나 내다팔았다. 이날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북핵 위기로 5870억 원어치나 팔아치운 지난 8월11일 이후 최대였다. 그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마지막 거래일인 11월24일 대비 36.52포인트(1.44%) 하락한 2507.81에 마감됐다.

모건스탠리는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물론 다른 해외의 반도체 기업 주식에 대해서도 투자의견을 하향하거나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역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가능성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낮춘 웨스턴디지털의 주가도 6% 이상 급락했다.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의 주가 역시 4% 이상 빠졌다.

D램에 주력하는 마이크론의 주가도 3% 이상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D램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지만 반도체 업황 전반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과 함께 수출주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그동안 쉼없는 주가 상승으로 숨 고르기가 필요했던 시점에서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2.3%), 삼성SDI(-4.3%) 등 주요 IT 관련주식들이 일제히 급락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증권가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0월 “2018년 중반 이후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이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의견을 변경한 바 있다. IHS마킷도 “D램 가격이 올해 1Gb당 0.7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2018년 0.67달러, 2019년 0.45달러, 2020년 0.34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내년 반도체 업황은 올해보다는 약화될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산업은 최근 1~2년 삼성전자를 제외한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제한적이어서 공급부족을 겪었지만 내년에는 공급 증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경제는 지나치게 반도체 편중 성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 지나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1년 전 35조7868억 원에서 지난 10월 62조1371억 원으로 상향됐다는 것. 1개월 뒤인 현재 64조6096억 원까지 올랐다.

이렇듯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 주가를 낮춰잡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여전히 올려잡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가 제기한 부정적인 전망은 기존 시장이 이미 인식하고 있던 재료로, 모건스탠리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KB증권은 “시장에서 제기된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가격 하락 전망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다”며 “이 같은 예상치를 반영한다고 해도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올해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성 향상으로 내년 상대적인 실적 상승률은 떨어지겠지만 과거와는 달리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IT 업체들 역시 4분기와 내년 실적 가시성이 뚜렷하고, 2017년 4분기 아이폰 X의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내년 1분기까지 수요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부담을 주고 있는 원화 강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점으로 점차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여전하다. 신한금융투자는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공급 증가와 가격 하락이 우려되지만 수급 균형을 위한 당연한 현상”이라며 “2018년 반도체 수급은 시장 생각보다 타이트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기대했다.

키움증권은 “모건스탠리 역시 주가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지만 삼성전자의 내년 이익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고 지적하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20.3%를 웃도는 수준이며,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KB증권 역시 “삼성전자는 내년 추정실적 기준 배당수익률이 3%에 근접하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은 만큼 외국인 과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은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도체 기댄 한국경제 우려 솔솔
하지만 한국경제는 지나치게 반도체 편중 성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월14일 한국경제가 올해 3.2%, 내년 3.0% 성장할 것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면서도 “한국경제는 여전히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견조하고 지속가능한 장기 성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IMF의 지적처럼 대다수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초호황’마저 끝날 경우 한국경제는 이전보다 혹독한 시련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확 꺾이면서 ‘반도체 착시’에 사로잡혀 있던 한국경제에 큰 경고음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초호황이 당장은 끝나지 않더라도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하향세로 돌아서고 2019년 공급과잉 위기에 직면하면, 한국경제는 지난 1995년 반도체 가격 폭락을 시작으로 결국 IMF 사태로까지 연결됐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gracelotus0@gmail.com

 
삼성과 경제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