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움직이는 사람들 48]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미생물 연구원 3인방

“곰팡이와 싸우다 ‘무세제 통세척’ 세탁기 탄생했지요”

정리/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11/14 [14:06]

[삼성을 움직이는 사람들 48]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미생물 연구원 3인방

“곰팡이와 싸우다 ‘무세제 통세척’ 세탁기 탄생했지요”

정리/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11/14 [14:06]

“곰팡이 핀 세탁기 어디 없나?” 더러운 세탁기 찾아 3만리
세탁기 문앞에 먼지 쌓이고 미끈미끈한 미생물 생기는 현상
‘튀는 물 못 막는다면 물을 쏘자’ 발상전환 혁신제품 탄생

▲ ‘무세제 통세척’ 세탁기에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차세대요소랩 연구원 3인방. 왼쪽부터 박정하·이보경·서자연 연구원.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는 세척제 없이 고속 회전으로 발생한 물살과 고온 살균을 통해 세탁통의 오염물을 99%까지 제거하는 ‘무세제 통세척’ 기술을 세탁기에 적용하고 있다. 이 획기적인 기술을 탄생시킨 장본인은 누구일까?

화학회사도 아니고, 제약회사도 아닌 전자회사에서 미생물을 키우는 그들은 생활가전사업부 ‘차세대요소랩 미생물 파트’의 개발자들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칭, 제품을 통해 인간을 더욱 이롭게 만드는 ‘신(新)홍익인간’ 이념을 실현시키고 있다는 차세대요소랩 개발자들의 열정 가득한 스토리를 재구성하여 소개한다.

생활가전사업부 ‘차세대요소랩 미생물 파트’ 연구소에는 수천 개의 빨랫감들 사이로 최신형 세탁기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곰팡이를 보여달라는 말에 한 개발자가 냉장고로 향했다. 세탁기들 사이에 있는 냉장고를 열자, 음식 대신 빨강·파랑·하양 등 가지각색의 곰팡이와 세균들로 가득했다.

이곳 연구원들은 “미생물을 키우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고 귀띔한다. 하루 종일 냄새 실험을 하다가 사무실로 돌아가면 동료들에게 ‘발 냄새 난다’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듣기도 하고, 전 세계에서 공수한 더러운 제품을 분해해 연구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아이를 키우듯 정성껏 미생물을 배양한다.
‘차세대요소랩 미생물 파트’ 서자연 연구원은 제품에 생길 수 있는 미생물이 무엇인지 알고 그대로 배양할 수 있어야 그 미생물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환경은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제품 구매 후 한 번도 세척하지 않은, 습하고 지저분한 환경에서도 우리 제품을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사용해서 더러워지는지, 그 더러움 안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알기 위해 ‘오염을 가속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30년 관리하지 않은 세탁기 속 미생물을 재현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생물이 생길 수 있는 더럽고 지저분한 환경을 만들고 세탁기를 웬만큼 돌려도 미생물은 생기지 않았다.

▲ 서자연 연구원.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서자연 연구원은 “실사용 환경에서와 같은 미생물을 구현해낼 수 있어야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얼마나 위생적이고, 오염을 막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미생물이 잘 생기는 환경에서 세탁기를 5~10년을 꾸준하게 돌려야 미생물이 생길까 말까 하기 때문에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차세대요소랩 미생물 파트 연구원들은 급기야 유럽·일본·한국의 재활용센터와 임직원 가정에서 버리는 세탁기를 어렵게 공수했다. 가족 구성원이 몇 명인지, 남녀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지역이 어디인지, 설치된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 생기는 미생물의 종류는 모두 달랐다. 삼성전자 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 제품들의 미생물도 종류 별로 취합했다.

세탁기 내부는 빨래에서 나오는 오물이나 음식물 찌꺼기, 기타 세제나 흙, 심지어 수돗물만으로도 14가지의 세균과 12가지의 곰팡이가 번식할 수 있다. 따라서 세탁기 내부를 건조하고 세척하는 과정은 필수다.

‘차세대요소랩’ 연구원들은 다이어프램(Diaphragm)에 쌓인 먼지와 미생물의 위생 실험을 하던 중, 드럼세탁기 문 앞에 먼지가 쌓이고 미끈미끈한 미생물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다이어프램은 세탁기 본체와 통을 잇는 문 앞 고무로 된 공간을 가리키는데, 물이 닿지 않는 이 부분에 미생물이 생길 이유는 없었다.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세탁기 안쪽에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관찰했다. 노즐에서 물이 나오고 탈수가 되는 과정에서 통은 빠르게 돌게 되는데, 이 때 속도와 힘 때문에 물이 이곳에 튀어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

▲ 노즐 세척을 실험하고 있는 이보경 연구원.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이보경 연구원은 내시경을 넣어서 보니 의외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세탁을 위해 넣는 물이 탈수할 때 다이어프램 내부로 튀면서 오물이 생기고 있었다. 이걸 발견하고 처음에는 ‘튀는 걸 막거나 이 부분을 세척하기 위한 급수 노즐을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구를 바꾸어야 해서, 회전하는 힘 때문에 물이 이곳에 들어가게 된다면 ‘아예 여기에 물을 직접 쏘아 돌리면서 씻어내 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중에 파는 통세척 전용 세제와 같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면 살균은 되지만, 제품이 부식될 수도, 세탁기 안에 남아 인체에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살균이 되고 이물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물을 튀게 하는 위치를 바꾸자’가 아니라 ‘아예 이곳에 직수를 쏘아서 깨끗하게 씻어내자’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 결국 미생물 99%가 제거되는 '무세제 통세척' 기능을 개발했다.

전용 세제 없이 70℃ 고온수 살균으로 세탁조 위생을 관리하는 ‘무세제 통세척’ 기술은 2014년 세계적인 시험·검사 전문기관 ‘인터텍(InterTek)’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증받았으며, 지난 9월26일에는 8개 정부부처와 11개 전문 평가기관의 심의를 통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녹색기술인증’을 받았다.
박정하 연구원은 자신의 일이 회사 제품에서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 잡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 박정하 연구원.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미생물 전공자인 내가 삼성전자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하는 일이 전자제품에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아 뿌듯하다.”

차세대요소랩은 이외에도 개발팀과 함께 삼성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가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스탠포드대학과 공기청정기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해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차세대요소랩 연구원들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진드기, 알러젠,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 기능과 에너지 효율을 넘어 건강한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들 연구원들의 꿈이다. 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제품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차세대요소랩 연구원들의 당찬 도전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