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총괄 책임자 이인종→정의석 전격교체에 해석 분분
삼성전자 “AI 기술혁신 위해 전담임원 보강한 것일 뿐”
▲ 삼성전자가 AI 비서 서비스 ‘빅스비’ 개발 책임자를 이인종 부사장(사진)에서 정의석 부사장으로 전격 교체해 주목을 끌고 있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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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빅스비(Bixby)’ 개발 책임자를 이인종 부사장에서 정의석 부사장으로 전격 교체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0월1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빅스비’ 개발업무를 총괄했던 이인종 무선개발1실장(부사장)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현지 연구소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기반)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정의석 부사장을 국내로 불러들여 ‘빅스비’ 개발 전권을 맡겼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사를 두고 ‘구원투수’와 ‘문책인사’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빅스비’ 개발 책임자 정 부사장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기술력 보강에 나선 속사연을 들여다봤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 개발 총괄 책임자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소속 정의석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정 부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근무지를 떠나 국내 조직인 무선개발1실에 합류했으며, ‘빅스비’ 개발업무를 전담하는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빅스비’發 문책인사? 구원투수?
무선개발1실은 ‘빅스비’, 덱스, 삼성페이 등 삼성전자 모바일 혁신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정 부사장이 ‘빅스비’ 개발을 전담하게 되면서 그동안 무선개발1실 총책을 맡아 ‘빅스비’ 등의 개발을 이끌던 이인종 부사장은 ‘빅스비’를 제외한 스마트폰 개발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 부사장은 무선개발1실을 총괄하는 임원으로서 ‘빅스비’ 개발을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이인종 부사장이 ‘빅스비’ 업무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지지부진한 ‘빅스비’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성공의 중추역할을 한 이 부사장을 교체한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사장은 ‘네트워크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윌리엄 베넷상을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수상한 통신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2011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담하며 기업용 스마트폰 보안 프로그램 ‘녹스(KNOX)’,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등을 개발했고, 지난해엔 AI 분야의 미국 스타트업 비브랩스 인수를 주도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이 부사장이 ‘빅스비’ 업무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고 여전히 정 부사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전반에 대한 업무를 총괄한다”며 “사업에 힘을 싣고 업무를 효율화 하는 차원의 수시 보직이동”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AI 기술혁신을 위해 전담 임원을 보강한 것일 뿐 ‘문책성 인사’는 아니라는 것.
AI 가능성 무궁무진…전 세계 AI 비서 시장 빠르게 성장
글로벌 기업 AI 플랫폼보다 ‘빅스비’ 갈 길 멀다는 지적
▲ 지난 3월 ‘갤럭시 S8’와 함께 첫선을 보인 ‘빅스비’는 개발과 업데이트를 거듭해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00여 개국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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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장 무궁무진…‘빅스비’ 지지부진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말 2017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와 함께 첫선을 보인 ‘빅스비’는 기기와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게 해주는 지능형 인터페이스. 이후 개발과 업데이트를 거듭해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00여 개국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한국어 서비스는 현재 13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누적으로 2억5000만 건 이상의 음성명령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빅스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물론 애플의 ‘시리’, 구글의 ‘어시스턴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인 인공지능 플랫폼보다 수준이 떨어져 갈 길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드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도 아직까지는 기술력과 활용성 부족을 이유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로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 AI 비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빅스비’를 필두로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 홈 등이 앞다퉈 음성 AI 스피커를 내놓은 것도 이 같은 AI 비서 시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 비서 시장의 절대 강자는 미국의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는 시장점유율 7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IT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제 자판과 터치의 시대가 가고 목소리로 움직이는 세상이 도래했다”면서 “AI 비서가 삶의 양식을 바꿀 주요 기술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분석한다. 10년 전 아이폰의 탄생과 함께 시작한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AI 스피커를 앞세운 ‘목소리의 시대’에 주도권을 내주게 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는 것.
시장조사 분석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6050만 명의 미국인들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알렉사,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가상 비서를 사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미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27.5%, 즉 스마트폰 인구의 5분의 1에 육박한다. 특히 25~34세의 밀레니얼 세대가 가상 비서 시장의 26.3%를 차지해 ‘미래 서비스’로 꼽힌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도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해 지난 9월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삼성 837’에서 열린 ‘삼성 글로벌 AI 포럼’ 행사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향후 삼성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인공지능 미래 비전을 석학들에게 소개하고, 이들과의 포럼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인공지능 발전 방향을 모색하며,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강화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윤 사장은 이 행사의 축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열정에 전문가들의 생각과 통찰력을 더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 시대에도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갈길 먼 ‘빅스비’ 확 바뀔까?
그러나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빅스비’를 공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이 기대에 못미치는 데 대해 내부적으로 상당한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SK텔레콤·네이버·KT 등 대표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빅스비’가 뒤처질 경우 스마트폰 향후 전략 수립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빅스비’는 음성인식 오류가 잦고 버튼인식 작동 오류 등의 문제로 불만이 끊이지 않아 소비자들로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영어 버전 출시도 애초 계획했던 지난 5월 말에서 계속 연기되다 결국 예정보다 두 달 정도 늦은 7월19일에야 이뤄졌고, 그마저도 외신으로부터 ‘절반만 완성된 상태’ ‘기대 이하의 기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IT전문 매체 <더버지>는 지난 5월 “‘빅스비’는 아직 속도가 느리고 활용성이 낮으며 오류도 잦다”며 “삼성전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체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예전의 관행을 고치지 못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일부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구글 등 음성인식 서비스 개발에 앞서나간 기업들과 초반부터 대등한 경쟁을 벌이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경제 전문 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스티브 코바치 기자는 7월19일자로 이 매체에 실은 칼럼을 통해 ‘빅스비’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모은다.
코바치 기자는 “‘빅스비’가 처음부터 불안정했다”고 지적하며 그 근거로 ‘빅스비’ 출시 시기가 자꾸만 늦어진 점을 꼽았다. ‘빅스비’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점도 오류로 지적됐다. 코바치 기자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전자보다 음성비서 기술에서 한발 앞서 있다”며 “생태계 조성까지 마친 이들 기업에 비해 삼성의 ‘빅스비’가 서비스되는 국가는 최근까지 오직 한국 한 곳과 갤럭시 S8 시리즈 한 모델이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017년형 대화면 전략제품 ‘갤럭시 노트8’를 선보이면서 ‘빅스비’ 서비스 지역을 한국·미국에서 전 세계 200여 개국으로 확대했지만 정작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발표 행사 때는 듀얼(렌즈 2개) 카메라, S펜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28일에도 작동 오류가 많다는 사용자 불만을 받아들여 ‘갤럭시 S8’의 왼쪽 버튼을 눌러도 ‘빅스비’가 실행되지 않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를 한 바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다른 앱(응용 프로그램)과 연동을 위해서는 ‘빅스비’를 기본설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어쨌거나 삼성전자는 10월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업그레이드된 ‘‘빅스비’ 2.0’을 선보일 계획이다. ‘빅스비’ 2.0은 삼성전자가 아닌 외부 파트너가 손쉽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카카오와 손잡고 ‘빅스비’의 카카오톡 연동을 추진한다. 현재 ‘빅스비’는 문자만 음성조작 가능하고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별도 메신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두 회사는 협력 결과물을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협력 분야를 가전, IoT, 웨어러블 등 댜양한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gracelotus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