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잠정 중단 속사정

정기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언급 없자 시장에선 '지주사 추진 한발 후퇴'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03/24 [15:23]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잠정 중단 속사정

정기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언급 없자 시장에선 '지주사 추진 한발 후퇴'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03/24 [15:23]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3월24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이후 경영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 가운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핵심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잠정중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월24일 오전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202조원과 영업이익 29조원 달성 등 지난해 경영성과가 보고됐으며, 의안으로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다뤄졌다.

 

의안 상정에 앞서, 권오현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사장(CE부문장), 신종균 사장(IM부문장)은 각 부문별 경영현황을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 한 해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또한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위축 등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이 지속됐지만, 삼성전자는 주주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연결기준 매출 202조원, 당기순이익 22조원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약속한 대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의 2016년 배당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올 1분기부터 분기배당 시행 등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또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는 올해 4월 말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으로 현재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될 거버넌스 위원회는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의 심의와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존 CSR 위원회 역할도 병행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서 권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 경험을 가진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다각도로 영입을 추진해 왔지만, 최근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서 후보 추천을 하지 못했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험과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외이사 영입에 대한 회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검토와 관련해 권 부회장은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면서 “다만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4개월 만에 사실상 잠정 보류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고 지주회사로의 전환과 주주가치 최적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곧바로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해석했다.

 

게다가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3월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지주회사 전환은 주주와 약속한 사안으로 그룹 이슈와 관계없이 현재 검토하고 있으며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더욱 주목을 끌었다. 당시 이 사장은 “해외 주주들이 있기 때문에 발표 방식으로 콘퍼런스 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

 

이 사장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검토에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오는 5월이면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의 윤곽이 드러나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 부회장의 이날 발언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추진에서 한 발 후퇴, 당분간은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권 부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지속 성장과 주주 중시 경영을 위해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사업 고도화로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 △소비자의 본원적 니즈발굴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 △위기관리 시스템개선과 품질 경쟁력 확대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인해 확산된 반기업 정서가 정치권의 규제 강화 입법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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