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업 이미지 7위→49위 대추락 앞과 뒤

'해리스 폴' 조사에서 전년보다 42계단 급락…'가장 존경받는 기업 50' 10년 만에 탈락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02/21 [16:22]

삼성 기업 이미지 7위→49위 대추락 앞과 뒤

'해리스 폴' 조사에서 전년보다 42계단 급락…'가장 존경받는 기업 50' 10년 만에 탈락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02/21 [16:22]
▲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 시장조사기관 평가에서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 평판 순위가 수십 단계 떨어지거나 아예 순위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관련 뉴스가 외신에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해리스 폴(Harris Poll)’이 미국 소비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기업 평판 지수를 조사한 결과 삼성은 지난해 7위에서 올해는 49위로 42계단이나 급락했다.

 

‘해리스 폴’은 미국과 영국 여론조사위원회 멤버로 활동할 만큼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으로 2000년부터 매년 미국 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비전과 리더십, 호감도, 제품·서비스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기업에 대한 평판을 조사하고 있다.

 

삼성은 '해리스 폴' 조사에서 2012년 처음으로 13위에 이름을 올린 이후 2015년에는 구글과 애플을 제치고 3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모두 80점 이상을 받아 ‘탁월하다(Excellent)’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위로 주춤했다가 올해는 75.2점에 얻는 데 그쳐 49위까지 추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평판이 가장 많이 훼손된 기업을 꼽으라는 조사에서도 3번째(5%)를 기록했다.

 

‘해리스 폴’의 조사기간(2016년 11월29일~12월16일)을 고려하면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등 연이은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리스 폴’은 "리더의 불법행위가 기업 명성의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지목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6일 국회 청문회 당시 AP통신이 ‘삼성 후계자에겐 최악의 날’이라고 보도하는 등 외신의 부정적 보도가 잇따른 것이 영향을 줘 삼성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은 그동안 스포츠 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지난 20년 동안 ‘올림픽 마케팅’에 쏟아부은 돈만 2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리스 폴’의 글로벌 기업 평판 순위조사에서는 아마존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고, 식료품 체인점 웨그먼스가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애플은 5위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의 이미지 급상승도 눈에 띄는 대목. '해리스 폴' 조사에서 지난해 63위였던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16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작년 100위 내 일본 기업은 2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5개에 달했다.

 

삼성은 올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0’에서 10년 만에 탈락하는 굴욕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발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명단에서도 4년 만에 처음으로 빠졌다.

 

브랜드 이미지의 급격한 악화로 삼성은 해외에서 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이 되거나 인수합병이나 관급공사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도 삼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일단 “삼성전자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P는 “인수합병과 같은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전자산업의 빠른 변화 주기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위기관리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의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공석이 길어질 경우 인수합병과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 이후 미래전략실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차질 없는 경영활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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