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노트7 발화원인은 배터리 자체 결함"

고동진 사장, "소손의 주요 원인은 배터리 음극판의 눌림현상으로 자체 분석"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01/23 [14:38]

삼성전자, "갤노트7 발화원인은 배터리 자체 결함"

고동진 사장, "소손의 주요 원인은 배터리 음극판의 눌림현상으로 자체 분석"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01/23 [14:38]

"삼성SDI와 중국 ATL이 제조한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결함 발견됐다"

소손 원인분석 참여한 해외 전문기관 분석결과도' 배터리 자체 결함'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1월23일 오전 10시 국내외 언론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 사진제공=삼성전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단종과 국정농단 사건 연루로 인한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행보를 시작했다.

 

먼저 ‘갤럭시 노트7’ 소손 원인과 관련해 기기 문제가 아니라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1월23일 "갤럭시 노트7의 소손은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최종 분석됐다"고 밝히면서 배터리 눌림 현상을 발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향후 출시되는 제품의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해 검사항목을 대폭 확대하고, 전담팀 및 외부 자문단 구성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내외 언론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갤럭시 노트7' 소손이 배터리 자체 결함에 의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고 "'갤럭시 노트7' 수십만 대를 놓고 충전·방전 시험을 진행한 결과, 삼성SDI와 중국 ATL이 제조한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결함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지난 수개월간 철저한 원인규명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제품뿐만 아니라 각각의 검증 단계와 제조·물류·보관 등 전 공정에 걸쳐 원점에서부터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 사장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 시장에서 발생한 소손 현상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대규모 재현 테스트 설비를 구축해 사용자 조건과 유사한 환경 하에서 충전·방전 테스트를 통해 소손 현상을 재현했고, 이를 통해 정확한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소손 원인과 관련해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사진은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갤노트7 발화원인은 배터리 눌림

삼성전자는 제품 20만 대, 배터리 3만 개로 진행한 대규모 충전·방전 시험에서 소손 현상을 재현했으며, '갤럭시 노트7'에 채용된 A배터리(SDI)와 B배터리(ATL)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소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갤럭시 노트7' 소손 원인 분석에 참여한 해외 전문기관들의 분석 결과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판과 음극판, 그리고 이 둘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주는 분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리콜을 실시해 회수한 A배터리는 배터리 눌림 현상으로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 판이 서로 만나 발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 리콜을 실시해 회수한 B배터리에서는 음극 판에서 구리 선이 녹아 있는 것을 발견, 삼성전자 측은 이 같은 현상이 배터리 발화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미국 안전인증 회사인 UL은 제품 레벨에서 '갤럭시 노트7' 소손과 연관된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A배터리 위쪽 코너에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으로 배터리 내부 단락을 발생시켰다고 분석했다. B배터리에 대해서는 비정상 융착 돌기, 절연 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의 조합이 배터리 내부에서 단락을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기술 분야 분석 전문 기관 엑스포넌트(Exponent)도 제품 전반에 걸친 상세한 분석을 진행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석에서는 소손과 관련 있는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배터리는 음극 탭 부위 젤리롤 코너의 눌림 현상을 소손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B배터리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융착 돌기와 그로 인한 절연 테이프와 분리막 파손을 내부 단락을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검인증 기관 TÜV 라인란드는 배터리 물류 시스템과 폰 조립공정 운영상의 배터리 안전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TÜV 라인란드는 심사한 스마트폰 제조공정과 배터리 물류 시스템에서 배터리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 사장은 "배터리 설계와 제조공정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 제품 안전성에 있어서도 새로운 혁신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지브 제수다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화이트 엑스포넌트 수석연구원, 홀거 쿤츠 TUV 라인란드 부사장 등이 참석해 각 회사별 조사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고동진 사장, 갤럭시 노트7 발화원인 조사결과 직접 발표하며 재발방지 약속 

"부품제조·출고 등 모든 단계 강화한 8가지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검사 도입"

▲ 고동진 사장은 1월23일 기자회견에서 갤럭시 노트7 발화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품 제조, 출고 등 모든 단계에 걸쳐 더욱 강화한 8가지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갤노트7' 발화 재발방지책 발표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 노트7'의 발화원인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도 했다.

 

고동진 사장은 1월23일 기자회견에서 갤럭시 노트7 발화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품 제조, 출고 등 모든 단계에 걸쳐 더욱 강화한 8가지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한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개발, 제조, 품질 테스트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를 기존보다 더욱 강화하는 종합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또한 “앞으로 경영 전반에 결쳐 품질 최우선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면서 “제품 출시 전부터 개발단계별 검증을 강화하고, 제품 풀시 후에도 시장 초기 품질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8가지 배터리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안전성 검사, 배터리 외관 검사, X레이 검사, 배터리 해체 검사, 누액(TVOC) 검사, 상온의 전압 변화 측정 검사, 충·방전 검사, 사용자 조건 가속시험 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실장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소비자가 사용 중 제품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도 배터리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적용하는 한편, 배터리에 대한 안전 설계 기준도 강화했다. 또 충전 온도와 전류, 충전 속도에 대해 보다 안전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보호 알고리즘을 강화했다.

 

이외에도 학계와 연구기관의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제품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클레어 그레이 캠브리지대학교 교수, 거브랜드시더 버클리대학교 교수, 이 추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아마즈 테크컨설팅 최고경영자(CEO)인 토루 아마즈쓰미 박사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안이 업계 전체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중안전 설계와 검증 프로세스 등을 관련 단체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8월19일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을 출시했다. 그러나 잇따른 발화 논란으로 2주 후인 9월2일에는 '갤럭시 노트7 교환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10월11일 최종적으로 ‘갤럭시 노트7 단종’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까지 사용자에게 판매된 ‘갤럭시 노트7’ 306만대 중 총 96%가 회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단종 결정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3개월여 동안 제품이 발화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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