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은 '이재용 구속 사태' 어떻게 바라보나?

"삼성그룹 리더십 공백 맞이했다" vs "총수 단죄로 재벌개혁 청신호"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01/17 [15:23]

외신은 '이재용 구속 사태' 어떻게 바라보나?

"삼성그룹 리더십 공백 맞이했다" vs "총수 단죄로 재벌개혁 청신호"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01/17 [15:23]
▲ 대한민국 재계 1위 기업 삼성그룹의 사실상 결정권자 역할을 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처했다.     © 김상문 기자


대한민국 재계 1위 기업 삼성그룹의 사실상 결정권자 역할을 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처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이 1월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특검팀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재벌 총수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와 위증,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사상 초유의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3년 동안 삼성그룹을 이끌던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무너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신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경제에 독이 된다고 보고 있을까, 아니면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걸까?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진 1월16일 주요 외신들은 이 소식을 긴급기사로 타전하며 “삼성그룹에 큰 공백이 생겼다”는 요지로 보도했다. <월트리리트저널> <블룸버그> <CNN> <뉴욕타임스> <AP> <지지통신> <신화통신> <BBC> 등은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은 정경유착의 산물인 ‘재벌’이라고 보고 특검팀이 재벌 총수들을 제대로 단죄하는 행보를 보인 것은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재벌 개혁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삼성이 리더십 공백을 맞이했다”며 “삼성의 전략 재정비 계획이 더뎌질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메이커의 리더가 한국의 부패 스캔들에 걸려들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한국을 흔들고 박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정치 스캔들의 최근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기업 왕국을 재편하려는 시도도 보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FP통신>은 서울발 기사로 “한국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끈 정치 스캔들과 관련이 있는 뇌물 공여 혐의로 재벌 삼성 후계자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 부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최대 수혜자였다”며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체포됐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어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자문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권고했음에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삼성이 주주 승인을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과정에 차질이 빚어져 한국 최대 기업의 리더십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삼성은 한국 경제를 대표하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의 명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뉴욕타임스(NYT)>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한국이 오랫동안 진행해온 ‘부패 재벌’과의 싸움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이 사건은 결국 삼성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는 이 부회장의 노력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도 “삼성과 부패 수사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지난해 불이 나기 쉬운 갤럭시 노트7 스마트폰의 굴욕적인 낭패 이후 회사 이미지가 더욱 손상됐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재벌로 불리는 거대한 족벌 기업 대표가 기소되는 역사는 한국에서 오래됐지만, 삼성이 한국과 세계에서 갖춘 명성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두드러지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어 ‘삼성 제국’을 주제로 책을 쓰는 서울 주재 저널리스트 제프리 케인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의 혐의가 입증되면 그가 회사의 실질적인 리더 자리에서 축출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일부 외신에서는 특검팀이 재벌 총수들을 제대로 단죄하는 행보를 보인 것은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재벌 개혁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 김상문 기자

 

일본 주요 언론들도 속보를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먼저 <요미우리신문>은 “글로벌 기업의 불상사는 한국 경제를 흔드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이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실추될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고, <교도통신>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신중론도 있었지만, 특검팀은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강경 자세를 관철했다”고 평가했다.

 

<지지통신>은 “삼성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그룹의 경영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면서 “법원의 영장이 발부되면 국정농단 사건은 한국 최대 재벌의 수뇌부 구속으로 발전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이력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구속영장 소식을 전했다. BBC는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삼성 그룹 이사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위치는 사업 경험이 아닌 삼성가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소개하면서 "삼성은 정부의 호의에 대한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의 친구인 최순실씨가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 반면 영국의 금융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대한민국 재계 1위 총수의 구속이 오히려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이 매체는 “일부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고 돈을 걸고 있다”고 전하면서 “자산운영업계에서는 한국의 국정농단 사태가 기업지배구조에 의미있는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런 변화가 국제 투자업계에 한국 경제의 기반이 회복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투자 전문지 <밸류위크>는 "이번 사태로 삼성뿐 아니라 SK와 LG, 현대 등 한국의 다른 재벌 그룹에도 영향을 줄 것"라고 예상하면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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