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삼성의 시대…과연 그 다음은?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연결…IT강국 한국의 미래 암울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6/09/05 [06:57]

무너져가는 삼성의 시대…과연 그 다음은?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연결…IT강국 한국의 미래 암울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6/09/05 [06:57]

삼성전자 매출액은 한국 제조업 매출의 12%…한국경제 성장의 큰 기둥 역할

2010년대 삼성전자가 최고 전성기 구가한 이유는 최고 인재들의 공학과 진학 

대한민국 최고 인재들이 기술개발 핵심인력으로서 현재의 삼성전자 만들어내

▲ 잘나가던 삼성전자에도 최근 위기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삼성그룹 의존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위기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위기이기도 하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2014년 말 기준 삼성그룹의 총 매출액은 약 303조원이며, 자산총액은 623조 원이다. 2014년 한국의 GDP는 1485조원이었다.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GDP 대비 20.4%이고, 자산총액은 GDP 대비 42.0%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삼성그룹 18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전체 시가총액의 20.4%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말 기준 매출액은 30.4%, 자산총액은 38.3%에 달한다. 특히 10대 재벌 당기순이익의 50%는 삼성그룹의 몫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독보적인 경제력 집중에서 중심이 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2014년 매출액 138조원은 삼성그룹 전체 매출액의 45.5%를 차지했고 당기순이익은 14조6000억원으로 69.5%에 이른다. 한국 경제가 삼성그룹, 아니 삼성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던 삼성전자에도 최근 위기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삼성그룹 의존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위기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위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가? 또 대한민국 경제는 삼성전자 이후 어떤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가? 2015년 1월 출간된 <포스트 삼성>(매경출판)에는 삼성전자 이후 한국이 어떤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지 제시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주요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포스트 삼성>의 지은이 윤덕균 박사는 책속에서 삼성전자의 위기를 진단함과 동시에, 국가경제 차원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한때 분기 7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ㆍ인도 업체들의 등장 및 약진으로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이 저하되었고, 이는 바로 지금의 위기로 이어졌다. 윤덕균 박사는 "이는 일본 전자업체 '소니'의 몰락, 미국 제조업의 위기, 핀란드 휴대폰업체 '노키아'의 붕괴와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장래에 희망을 거는 측은 그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e-삼성’ 좌절과 ‘삼성특검’ 시련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벌의 귀공자로 태어나 처음부터 성공했다면 가지게 되었을 교만과 오만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당시 무보직 해외순환근무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찾아다녔다. 이 당시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지금의 글로벌 인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부족한 카리스마는 어머니 홍라희 여사의 조력으로 만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홍라희 여사의 역할이 강조되는 건, 이건희 회장 이후의 후계구도 정착에 어머니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은 우리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는 한국 제조업 매출의 약 12%, 전체 기업이 낸 법인세의 약 16%를 차지하는 간판 기업이다. 계열 부품사와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비중이 훨씬 크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바이오 사업 등에 적극 투자해왔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손목시계를 비롯한 착용형(着用型)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관련 사업 전망도 불투명하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가격 경쟁력이 무서운 속도로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삼성전자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윤덕균 박사는 이를 1970년대 말~1980년 대 초의 대학입시 배치표에서 찾아내었다. 당시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이 진학했던 학과가 바로 전자공학과와 기계공학과였다는 것. 그들이 바로 기술개발 핵심인력으로서 현재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최근 우수한 학생들 죄다 의예과 선택하고 공학계열 외면해 이공계 인재 품귀 현상

'그 큰 기업이 설마…’란 징조가 현실 될 수도…새살을 돋게 할 강력한 처방전 필요

▲ 지금 대한민국에서 천재적 소질이 있는 인재는 대부분 의학계로 간다. 이공계에서는 인재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출처=삼성전자

실제로 삼성전자의 매출규모는 2010년 154조6300억원으로 한국 GDP의 12.2%에서 2011년 12.4%, 2012년 14.6%, 2013년 16%로 늘어 끊임없이 경제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다. 윤덕균 박사는 "GDP의 16%의 거대 기업에 불상사가 생긴다면 국가경제가 일정 기간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경제가 지금 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한다.

 

윤 박사는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놀랍게도 대입배치표에서 찾았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기업의 기술력을 쇠퇴시키고, 나아가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대학, 기업, 학생 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이공계 인재 양성에 힘쓰고, 중국과 인도 시장을 목표로 한국만의 특화된 식품산업, 융합된 의료산업의 수출 전략을 다룬다.

 

윤 박사는 "최근 한국에서 소위 ‘인기 있는 학과’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우수한 학생들은 1차적으로 의예과, 치의예과 등으로 진학하며, 공학 계열은 한참 다음이다. 자칭 ‘IT강국’이라는 한국의 미래가 암울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평등교육과 수월성교육의 차이는 논외로 하고, 예측하기 힘든 10년 후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우수인재’다. 우수한 인재만 확보할 수 있다면, 미래의 어떤 다양한 변화에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영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

 

삼성그룹의 경영철학 중 핵심가치로 꼽는 것이 ‘인재제일’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사람 욕심이 많다. '천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우수인재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정해놓았다. CEO 평가에서도 우수인재 확보 실적이 평가항목에 들어갈 정도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천재적 소질이 있는 인재는 대부분 의학계로 간다. 이공계에서는 인재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제를 제안한다. 기본적으로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는 이공계를 지망할 경우 의학계에 비해 평생 기대 소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윤덕균 박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인과 기업, 정부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 큰 기업이 설마…’란 생각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징조가 현실이 되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사후에 허둥댈 것이 아니라 새살을 돋게 할 강력한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던 삼성전자의 숨이 점점 가빠지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삼성전자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윤 박사는 "이제는 또 다른 ‘경제성장 스토리’를 준비해야 할 때"라면서 삼성전자의 위기를 진단함과 동시에, 국가경제 차원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대기업 독점 구조의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은 핀란드 경제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의 위기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노키아 붕괴 이후의 핀란드 경제다. 세계 정상까지 오른 노키아가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핀란드 경제는 최근 평균 성장률이 유로존 평균 성장률을 웃돌 만큼 건재하다. 이는 핀란드의 창업ㆍ재취업 지원 시스템, 중소기업 우선 원칙 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핀란드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지원이 오히려 노키아의 독점 구조를 다양한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바꾸어 놓았다."

 
OPINION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