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번영하는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

세계가 놀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 급성장 배경은 정부지원과 국민희생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09/08 [11:32]

삼성은 번영하는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

세계가 놀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 급성장 배경은 정부지원과 국민희생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09/08 [11:32]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냉정하게 들여다본 국민기업의 불편한 진실 추적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 글로벌 기업은 지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 ‘일본 전자업계의 모든 이익을 다 합쳐도 한국 삼성전자의 이익에 미치지 못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꼭 삼성전자의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국민기업의 약진에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사진출처=삼성그룹 홈피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조원 돌파라는 실적을 발표하자 언론에서 이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 보도를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팠다.”

 

일본의 경제전문가 미쓰하시 다카아키가 2011년 한국에서 출판한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티맵)이란 책에서 한 말이다. 그간 한국 경제와 글로벌 기업, 그리고 일본 경제의 문제점을 다뤄온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일찍부터 "대기업의 수출확대를 위한 고환율 정책과 국내시장 과점화는 고물가로 연결되고, 대기업 이익의 보전으로 직결되는 실질 임금의 하락은 서민의 생활고 및 구매력 감소 등의 문제로 발전한다"고 간파했다.

 

그는 '삼성은 번영하는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대기업 성장의 이면에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실질적인 국민의 고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다양한 데이터와 경제논리를 통해 설명하면서 한국 경제와 대기업의 문제를 설명하는 근거가 되는 미국의 왜곡된 자본주의의 문제, 일본형을 벗어나 미국형 경제모델로 전환한 한국 경제의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한국 글로벌 기업 국민의 희생으로 급성장

20~30년 전만 해도 세계 산업계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한국의 대기업들은 오늘날 어떻게 글로벌 경쟁의 승자로 우뚝 서게 되었을까? 그간에 한국의 기업인들이 기울인 노력과 도전정신을 아무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전 세계가 놀란 한국 글로벌 기업의 급성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위기의 한국 경제>란 책을 통해 한국의 외환위기를 정확히 예측하여 최고의 한국 경제 전문가로 꼽혀왔다. 그는 "한국 글로벌 기업의 급성장은 닥쳐온 외환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펼친 대기업 우대정책이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에 지장이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의 본질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대기업과,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희생으로 급성장한 대기업이 그 과실을 독점하는 것은 ‘이익의 확대를 통해 국가와 국민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업의 존재 이유에 맞지 않다는 정부의 시각은 영원한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고(인건비를 늘리지 않고), 투자를 늘리지 않으며(감가상각비가 증가하지 않으며) 금융면에서 우대를 받고 있다(금융비용 삭감)고 비난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부가가치의 ‘기업이익(경상이익)’ 이외의 항목은 전부 ‘다른 이의 수입’이 되는데, 한국의 대기업은 자신의 이익 외에 다른 사람, 즉 일반 국민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어떠한 비용에도 인색하다. 자신이 받는 우대는 당연한 것이고, 다른 경제주체를 위한 어떠한 투자에도 철저한 경제논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은 'ISE 2015'에 설치된 삼성전자 부스 사진.     © 사진출처=삼성전자


한국 글로벌 기업 그들만의 잔치?   
  
‘일본 전자업계의 모든 이익을 다 합쳐도 한국 삼성전자의 이익에 미치지 못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꼭 삼성전자의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국민기업의 약진에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익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그 놀라운 규모의 이익에 대해 누구나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거시적으로 보면 기업의 이익이 증대되고 있을 때는 다른 경제주체(국민이나 정부)가 반드시 손해를 본다”고 주창하면서 실제로 한국에서는 그 말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수출확대를 위한 고환율 정책과 국내시장 과점화는 국민의 고통이 되는 고물가로 연결되고, 대기업 이익의 보전으로 직결되는 실질 임금의 하락은 서민의 생활고 및 구매력 감소, 법인세의 인하는 재정적자 확대와 국민 조세부담 확대, 국내 설비투자의 감소는 국내 실업률 확대 및 고용 축소를, 손쉬운 수입 부품에 의존하는 것은 국내 중소기업 육성과 발전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대기업 우대 정책을 통해 최종적으로 모든 국민에까지 부(富)가 파급되기를 원했지만 국민들은 전혀 풍요로워지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대기업 성장의 이면에 있는 이런 문제들이 실질적인 국민의 고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다양한 데이터와 경제논리를 통해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 뉴스에 따르면 2010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받은 삼성그룹의 배당금은 무려 874억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국 CEO가 울고 갈 일이다. 또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받은 자사주의 배당금도 총 375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과점체제인 국내시장에서 거액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의 오너가 배당금으로 수백억 원이나 받는다. 물론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우량기업의 오너가 많은 금액의 부를 축적하는 것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기업의 성장과 번영이 많은 정부의 지원과 국민기업을 향한 국민의 응원에 힘입었다고 한다면 당연하다기보다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편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0년 당시 고작 4320원으로 많은 한국 국민이 가난에 신음하고 있다."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경제 평론가이면서 또 중소기업 진단사라는 다양한 경제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저서를 통해 세계 경제에 관한 폭넓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그는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이란 책을 통해 한국 경제와 글로벌 기업, 그리고 일본 경제의 문제점을 깊숙이 파헤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시야에 치우친 관점이 아니라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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