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실적 신기록 앞과 뒤

영업이익 17조 중 13조 ‘기염’…반도체 홀로 ‘미라클’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1/02 [11:02]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신기록 앞과 뒤

영업이익 17조 중 13조 ‘기염’…반도체 홀로 ‘미라클’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1/02 [11:02]

 

매출 65조4600억, 영업익 17조5700억…반도체 77% 쏠림

IT·모바일 부문 2분기 연속 뒷걸음질…디스플레이는 호조

반도체 흔들리면 떠받치던 스마트폰 ‘빌빌’…4분기 ‘흐림’

새 먹거리 발굴 과제에 31조 투자 등 기술 리더십 승부수

 

▲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의 기록을 썼다. 사진은 삼성전자 건물에 내걸린 엠블럼 깃발. 

 

삼성전자가 실적 신기록을 새로 썼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65조4600억 원, 영업이익 17조5700억 원을 올렸다고 10월31일 발표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매출은 지난해 4분기(65조9800억 원)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실적 호조를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77%(13조6500억 원)를 반도체로 벌었다. 이는 2016년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13조6000억 원)보다 많다. 불과 2년 전 한 해 동안 번 금액을 한 분기 만에 벌어들이며 그야말로 ‘반도체 원맨쇼’를 했다. 하지만 세트 사업(스마트폰·TV·가전 등)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그대로거나 과거 수준을 소폭 회복하는 데 그쳐 향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의 기록을 썼다. 하지만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축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이 3분기 연속 미끄럼을 타면서 반도체 독주 체제는 더욱 심해졌다. 

 

삼성전자는 창사 3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31일 연결 기준으로 매출 65조4600억 원, 영업이익 17조5700억 원의 2018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시가총액 1조 달러인 애플의 영업이익(158조 달러, 17조8000억 원 추정)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3조 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이며, 매출은 2017년 4분기 65조98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표정이 밝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세 부문이 조화롭게 나아가지 못하는 구조 탓이다. 

 

삼성전자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3분기는 메모리와 OLED 패널 판매 증가가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반도체 사업은 견조한 메모리 시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 미세화와 더불어 수율과 생산성이 향상돼 실적이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플렉시블 OLED 가동률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 사업의 양대 축인 모바일은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실적 신기록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IM((IT & Mobile Communications) 부문은 갤럭시 노트9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저가 제품 경쟁 심화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프로모션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했다. CE(Consumer Electronics) 부문은 QLED와 초대형 등 프리미엄 TV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

 

한편, 세트 사업에는 원화가 주요 성장 시장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며 일부 부정적 환영향이 있었지만,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내면서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전사적으로는 전 분기 대비 약 8000억 원 수준의 긍정적 환영향이 발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점 논란의 이유였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5%, 낸드플래시는 12%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4차산업 분야인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인터넷데이터센터나 스마트폰 등에 필요한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실적 감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실적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엔 반도체가 흔들리면 스마트폰이 받쳐주며 변동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이 같은 완충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4분기는 반도체 시황 둔화 영향으로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사업은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디스플레이 사업은 OLED 주요 고객의 수요가 지속돼 견조한 실적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모바일 부문은 실적 부진을 벗어날 마땅한 ‘히든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무선 사업은 갤럭시 A 시리즈 등 중저가 제품 라인업 강화로 스마트폰 판매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수기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네트워크 사업은 한국과 미국에 5G 장비공급을 추진하며, 5G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CE 부문은 연말 성수기를 맞아 QLED TV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로 실적 성장이 전망된다.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6조7200억 원, 내년 1분기는 15조5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를 정점으로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내년의 경우 1분기는 IT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 약세가 전망되지만, 이후 메모리 중심 업황 개선과 함께 긍정적인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5G·AI·전장 등 신성장 분야에 대응하기 위해 칩셋과 OLED 등 부품 기술력을 높이고, 폼팩터 혁신·5G 기술 선도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춰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부문별 3분기 실적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반도체 ‘원맨쇼’

2018년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매출 24조7700억 원, 영업이익 13조6500억 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시장은 계절적 성수기 효과와 함께 서버·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 비중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주력해 실적 개선을 이어갔다.

 

낸드는 평택에서 생산하는 64단 3D V낸드를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디램도 10나노급 제품으로 전환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각 응용처별 고객 요청에 적극 대응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4분기는 부품의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 전망이지만, 낸드의 경우 SSD 시장이 확대되고 모바일용 고용량 제품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공급 측면에서는 업체들의 64단 3D 낸드 공급이 증가하고 PC용 SSD 시장 경쟁이 심화돼, 낸드의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은 일부 고객사의 단기적인 재고 조정 등에 따라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기술 리더십과 탄력적인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서버와 모바일 응용처에 5세대 3D V낸드 적용을 확대하고, 10나노급 디램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내년 메모리 시장은 계절적 영향에 따라 1분기 업황이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2분기 이후 서버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세로 인해 수급 상황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는 클라우드 시장 성장으로 고용량 SSD 수요가 증가하고, 고용량 모바일 스토리지 채용이 지속 확산됨에 따라 점차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D램은 머신러닝 기반 AI 서비스가 확대돼 고용량 제품 위주로 수요 강세가 전망되고, 중저가 스마트폰의 고사양화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수요 견조세가 예상돼 2분기 이후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낸드의 경우 4세대 이상 3D V낸드 공급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디램은 서버와 모바일용 고용량 제품과 HBM2(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별화된 제품 판매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스템LSI 사업은 3분기 스마트폰 시장 성수기에 따라 이미지센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OLED DDI의 수요 증가로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특히 이미지센서의 경우, 멀티플 카메라와 고화소 센서의 채용이 확대돼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분기는 모바일용 이미지센서와 DDI의 수요 감소로 실적이 하락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스펙 상승에 따른 이미지센서 수요 증가로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5G 모뎀을 활용해 중국과 미국 거래선 다각화에 집중하고 3D·내장형 지문 인식 센서 등 신규 제품 개발로 사업 영역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3분기 모바일 AP와 이미지센서 수요의 증가로 실적 성장세가 지속됐다. 또한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를 최초 적용한 7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을 시작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

 

4분기는 스마트폰용 부품 비수기에 따라 모바일 AP와 이미지센서 수요 약세가 예상된다.

 

내년에는 모바일 AP와 이미지센서 등 주요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견조한 실적 달성에 주력하며, AI·전장과 8인치 파운드리 서비스분야에서의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고객수를 30% 이상 확대 하는 등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매진할 예정이다. 또한 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의 본격 양산을 통해 기술 리더십도 이어갈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호조’

3분기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은 매출 10조900억 원, 영업이익 1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OLED 부문은 플렉시블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패널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고, 4분기에도 주요 고객의 패널 수요가 지속돼 견조한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

 

내년에도 플렉시블 패널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굳건히 하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폴더블·전장 등의 분야에서 신규 제품군을 확대해 OLED 패널 사업에서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LCD 부문은 3분기 초대형·UHD 등 고부가 TV 패널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해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소폭 상승했다.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수급 약세가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초대형·고화질 제품 비중 확대와 수율 향상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업계의 생산량 확대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퀀텀닷·8K·초대형 TV용 패널 등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IM부문 ‘찜찜’

3분기 IM부문은 매출 24조9100억 원, 영업이익 2조2200억 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노트9’ 출시에 따라 플래그십 모델은 견조한 판매를 달성했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은 라인업 재정비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갤럭시 노트9’ 출시 관련 마케팅비를 포함한 프로모션 비용 증가와 부정적 환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연말 성수기인 4분기에는 ‘갤럭시 A7·A9’을 포함한 중저가 라인업 강화로 인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익은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소폭 성장할 전망이지만 고사양화가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확산됨에 따라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OLED 등 핵심부품 혁신을 통한 디자인 차별화와 라인업 다변화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에서 새로운 기술과 차별화된 기능을 채택할 방침이다.

 

또, 폴더블과 5G를 적용한 모델을 적기에 선보여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빅스비를 중심으로 AI와 IoT 기반 서비스를 강화해 중장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네트워크 사업의 경우 3분기는 주요 거래선이 LTE 투자를 상반기에 조기 확대해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4분기는 한국과 미국 등 통신 선진시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5G 상용화를 위한 장비 공급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며,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5G 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CE부문 ‘설설’

3분기 CE부문은 매출 10조1800억 원, 영업이익 5600억 원을 기록했다. TV 사업은 QLED TV와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QLED TV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75형 이상 초대형 TV는 2017년 3분기 대비 2배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말 성수기인 4분기에 ‘QLED 8K’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 성장세를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TV 시장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QLED TV 판매 확대와 초대형·8K TV 라인업 강화로 실적 성장과 TV 시장 프리미엄 리더십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3분기 셰프컬렉션 냉장고, 플렉스워시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확대됐지만, 중남미와 중동 등 성장 시장의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

 

4분기에는 지역별로 유통과 협업해 성수기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대형 건조기와 큐브 공기청정기 등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에도 프리미엄 혁신 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온라인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며,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에어컨 등 B2B사업도 지속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확보할 방침이다.

 

▲ 3분기 실적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표정이 밝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반도체 독주 체제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모습.  



◆시설투자

삼성전자의 올해 시설투자는 약 31조8000억 원으로 사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24조9000억 원, 디스플레이 3조7000억 원 수준이다.

 

반도체는 메모리의 경우 평택에 생산 라인을 증설해 전년 대비 소폭 시설투자가 증가했으나, 파운드리는 지난해 10나노 공정 관련 증설이 완료됨에 따라 올해 투자는 지난해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도 지난해 플렉시블 OLED 패널 생산량 증설 투자가 집중돼 올해 시설투자는 감소했다.

한편, 3분기 시설투자는 5조6000억 원으로, 사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4조5000억 원, 디스플레이 5000억 원 수준이다. 3분기까지 누계로는 22조3000억  원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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