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베트남 출장 막후 스토리

‘베트남 기꺼이 지원’ 약속…북한 의식? 중국 견제?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1/02 [10:2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베트남 출장 막후 스토리

‘베트남 기꺼이 지원’ 약속…북한 의식? 중국 견제?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1/02 [10:25]

 

‘삼성의 북한 투자’ 의식한 푹 총리, 삼성전자에 적극 러브콜

이 부회장 “베트남 장기 투자 계속하고 사업 확대할 것” 약속

 

▲ 매달 출장길에 올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에는 2박 3일간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왔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0월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만나는 모습.     

 

AI(인공지능) 인재를 찾아 매달 출장길에 올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에는 2박 3일간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베트남 실세와 베트남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최대 투자기업 총수 간 첫 만남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하노이 베트남 총리실에서 오후 7시30분(현지 시각)부터 약 1시간 동안 푹 총리와 만났다는 것.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는 그간 삼성전자의 투자에 대한 베트남 정부 차원의 감사 인사와 향후 투자 계획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만나 ‘장기 투자’를 약속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지의 낮은 인건비와 법인세 인하 등 베트남 정부의 지원책이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푹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당시에는 응우예 떤 중 총리를 만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수행하는 입장이었다. 삼성 총수 자격으로, 베트남 행정의 수반인 총리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베트남 ‘장기 투자’ 약속 왜?

 

이 부회장은 이날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 푹 총리와 면담한 자리에서 “삼성이 많은 나라에 투자했지만, 베트남처럼 기업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았다”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간부회의를 소집해 총리께서 제안하신 것처럼 베트남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삼성은 전자정부 분야에도 경험이 있다”면서 “베트남을 기꺼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 “베트남의 지원산업 발전과 (부품) 국산화 비율 증가는 삼성의 바람이기도 하다”면서 “삼성은 베트남에 생산투자에만 집중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있으며 인력, 부품공급 분야에서 베트남 기업과 더 많이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푹 총리는 “삼성이 사업 규모와 범위를 계속 확대해서 베트남을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거점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푹 총리는 또한 “베트남 기업이 삼성의 부품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 창출과 지원산업 확대를 위해 계속 지원해주는 동시에 반도체 분야와 인프라, 금융, 정보기술(IT) 개발에도 착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푹 총리는 이어 전자정부 구축 분야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뒤 “삼성이 베트남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우호적인 조건을 계속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푹 총리가 삼성의 부품 공급망(Supply Chain)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삼성 현지 생산법인에서 200여 개의 협력업체를 선정했지만 자국 기업의 수는 별로 없고 대부분 외국 기업이었다는 점을 두고 아쉬워했다는 후문.

 

물론 삼성이 협력업체 선정에 있어 일부러 베트남 기업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삼성의 높은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킬 만한 베트남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베트남 정부와 현지 산업계에선 인재 확보와 기술 이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이날 면담에는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심원환 삼성전자 베트남 복합단지장(부사장)과 베트남 부 다이 탕 투자기획부 차관, 부 티 마이 재무부 차관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세기 편으로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했다. 지난 2월 초 항소심 집행유예 석방 이후 일곱 번째 해외 출장이며, 10월 초순 캐나다 토론토 출장에 이어 두 번째 외국행이다.

 

베트남 총리가 북한 의식?

이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 기간 동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지 공장과 R&D센터를 둘러보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박 3일 베트남 일정의 주된 목적은 스마트폰과 가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아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출장에 대해 “통상적인 해외 공장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기업의 무서운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스마트폰 사업의 글로벌 전략 재편 구상과 무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베트남 일각에서는 지난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의 한 사람으로 이 부회장이 북한에 다녀온 이후 베트남이 ‘삼성의 북한 투자’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이 수출하는 금액의 약 20%를 삼성전자가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푹 총리의 적극적인 러브콜은 베트남 내 삼성의 위상과 남북관계 해빙 이후 삼성의 북한 투자를 의식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수출액은 428억 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2140억 달러)의 20%에 달한다. 현지 직원만 10만 명이 넘는다. 박닌 공장에 4만 명, 타이응웬 공장에 6만5000명이 근무 중이며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17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가 박닌 공장과 타이응웬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은 연간 1억5000만 대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 만큼 베트남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북한에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 베트남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가 하면 이 부회장이 6년 만에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온 것을 두고 삼성전자의 최대 휴대전화 생산시설이 있는 곳이어서 최근 중국 업체 등과의 경쟁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전략을 재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5월 중국, 6월 일본, 7월 인도, 8월 유럽에 이어 10월 북미·유럽까지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올라 AI 인재 영입과 해외거점 연구센터 구축을 진두지휘해 왔다. 

 

특히 지난 10월2일에는 AI 인프라스트럭처 확대를 위해 북미와 유럽 방문을 주요 일정으로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본을 거쳐 지난 10월5일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해 삼성전자 AI연구센터 등 현지 연구개발 인프라를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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